[천창욱 해설위원 칼럼] ROAD FC 038 그리고 김수철의 챔피언 등극을 바라보며

2017-04-18 16:02

 



XIAOMI ROAD FC 038을 보며 느낀 점은 국내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 더불어 1세대 파이터들의 노력이 이런 환경을 만들었고 아울러 그 1세대들이 이제 정점에서 내려가는 곡선의 위에 놓인 상태라는 아쉬움이 함께했다.

김대성과 쿠와바라 키요시의 경기가 1경기였던 점은 화끈하게 경기를 달구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사실 경기 전에는 양 선수 모두 1차 계체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쿠와바라 키요시는 2.2kg이라는 큰 폭의 체중오버로 경기에서 30점 감점을 당하면서 시작되었기에 경기를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두 선수의 성향은 매우 흡사하게 난타전을 즐기는 타입의 선수들로 1라운드가 시작되자 아니나 다를까 강력한 타격전이 이어졌다. 펀치를 위주로 공격하는 것은 비슷한 양상이었지만 김대성이 간간히 섞어준 니킥과 로우 킥 등은 주먹으로만 치고 들어오던 쿠와바라 키요시의 흐름을 끊었고 김대성에게 대미지를 주기에는 한 스텝 정도 부족했던 쿠와바라 키요시는 결국 1라운드 2분 33초 만에 김대성에게 TKO 패하고 말았다.

100만불 토너먼트의 한축으로 열린 만수르 바르나위와 기원빈의 대결은 비록 만수르 바르나위의 승리로 끝났지만 기원빈의 성장세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만수르 바르나위는 튀니지 출신이지만 해외에서 주로 경기를 해왔던 선수이고 리치가 2m에 달해 활발한 움직임과 스텝으로 초반 거리싸움에서 기원빈을 괴롭히는데 성공했다. 이어 그라운드 싸움에서 긴 다리로 백 포지션을 점유하며 초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기원빈은 여러 가지 좋은 움직임을 보이며 전략을 잘 이행하였으나 한 번의 실수가 경기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이 패배는 아쉬움도 있지만 반면 기원빈의 앞날에 좋은 보약이 되리라 생각한다.

브루노 미란다의 경우에도 계체 실패로 어렵게 경기에 임했으며 같은 성향의 타격가인 난딘 에르덴과의 대결이어서 초반부터 타격전으로 불타올랐다. 오버핸드 훅을 이용해 접근, 그라운드로 갔지만 난딘에르덴이 오모플라타 등의 기술로 압박하며 다시 한 번 스탠딩 타격전에서 큰 타격을 허용했고 왼손이 턱에 걸리며 이어지는 파운딩 세례에 경기를 내줘야만 했다. 난딘 에르덴의 성장세는 이미 박원식을 타격으로 물리치며 선을 보였고, 장점인 타격의 극대화와 더불어 그라운드에서의 대항력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이변은 바로 돌아온 챔피언 남의철과 급하게 오퍼를 받고 경기에 나선 톰 산토스의 대결이었다. 사실 남의철의 경기 전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계체 이후 체한 것이 원인이 돼 경기 직전까지 음식물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로 경기에 나서야만 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톰 산토스는 타격적인 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고 남의철도 똑같이 대응하며 대미지를 주는 큰 타격을 퍼부으며 톰 산토스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어진 2라운드에서 톰 산토스는 뒷손 스트레이트를 노리고 거리 싸움에 나섰고 남의철은 2라운드 초반에 1라운드와는 달리 다소 소강상태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뒷손 스트레이트의 타이밍이 조금씩 맞아가던 중 톰 산토스가 던진 긴 스트레이트가 남의철의 안면에 적중했고 남의철은 그렇게 생애 첫 TKO패를 맛봐야만 했다. 남의철의 패배 이후 든 감정은 정점을 찍었고 높은 자리에 군림했지만 세월이 지나고 서서히 내려와야만 하는 길에 접어들게 될까하는 우려와 함께 과거 표도르 예멜리야넨코가 안토니오 실바에게 경기를 내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명현만과 크리스 바넷의 경기 역시 육중한 헤비급간의 부딪힘이 있었고 크리스 바넷의 눈 부상은 생각보다 심해 닥터스톱 TKO로 명현만이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가 끝나고 크리스 바넷은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지만 공식계체량,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회를 치르는 동안 보여준 모습들로 ROAD FC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었다고 생각한다. 빠른 회복과 함께 조만간 다시 ROAD FC 케이지 위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날 경기의 메인 이벤트, 김수철과 김민우와의 대결이 펼쳐졌다. 김수철은 약 10년간의 수련기간 동안 해외를 위주로, 혹은 해외 강자들과 싸워왔고 김민우는 영건즈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왔다. 닮은 듯 다른 두 선수의 정상을 향한 도전. 김수철과 김민우는 전 라운드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이 오가는 모습이었다. 김민우는 압박과 스텝을, 김수철은 압박과 그라운드 전략으로 부딪혔다. 타격에서는 거의 동등한 타격이 오가면서 클린히트 수를 양선수가 나란히 쌓아갔다. 승부에는 후반 3라운드 김수철의 테이크 다운이 주효했다. 특히 김수철이 라운드 전체에서 보여준 마르지 않는 체력은 감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연장라운드로 한 라운드만 더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수철은 그렇게 ROAD FC 제 4대 밴텀급 챔피언 등극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로써 ROAD FC 038과 YOUNG GUNS 33은 두 이벤트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KO로 끝나는 아마도 대회사 사상 최단시간으로 마무리된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벤트와 경기력 전반적인 부분의 복합적인 향상을 의미한다.  

이번 대회를 보며 느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꾸준한 것은 힘이 된다.’는 말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버티고 인내하며 하루하루를 반복한다는 것은 분명 힘이 될 것이다. ROAD FC(로드FC)의 최근 대회들을 통해 대회사가 존재하며 꾸준히 이벤트를 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줬고 개인적으로는 어찌 보면 2003년 이 땅에 탄생한 한국의 종합격투기가 비로소 세대교체의 장으로 접어드는 한 페이지를 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넘버시리즈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선수들 그리고 YOUNG GUNS에서부터 치고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는 새로운 파이터들이 있기에 그 꾸준함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ROAD FC 100만불 토너먼트 ‘ROAD TO A-SOL’은 본선 진행에 앞서 지역 예선이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 지역 예선, 인터내셔널 예선 A, B조, 러시아 지역 예선, 일본 지역 예선, 중국 지역 예선까지 진행돼 총 14명의 본선 진출자가 결정됐다. 한 경기가 남은 중국 지역 예선 파이널 라운드를 통해 1명, 마지막 히든 시드 배정으로 1명이 결정돼 16인의 본선 진출자를 가릴 예정이다.

ROAD FC (로드FC, 대표 정문홍)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중계된다. MBC스포츠 플러스에서 국내 TV 방송이 진행되고, 14억 인구가 시청하는 CCTV로 중국, 해외 팬들을 위해 ROAD FC 유투브 공식 채널 (https://www.youtube.com/roadfc) 에서 생중계된다.

[XIAOMI ROAD FC 039 / 5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
[미들급 타이틀전 차정환 VS 최영]

[XIAOMI ROAD FC 040 XX / 6월 11일 그랜드 힐튼 서울]
[아톰급 타이틀전 함서희 VS T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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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두 체급 챔피언’ 김태인, 황인수와 대결? “해외 원정 경기하겠다”
  로드FC 두 체급 챔피언이 된 김태인(30, 로드FC 김태인짐)이 해외 경기에 대한 뜻을 전했다.   김태인은 지난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굽네 ROAD FC 068 (대회장: 아키우노 종합건설 박준혁 대표)에서 일본의 ‘코리안 킬러’ 세키노 타이세이(23, FREE)를 꺾고, 초대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로써 김태인은 ‘라이트 헤비급’과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며 두 체급을 석권했다.   경기는 1라운드에 끝났다. 초반에 타이세이가 펀치를 적중, 유리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김태인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결국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김태인은 “초반에 (상대 주먹에) 걸렸다. 걸리고 나서 아차 싶었다. 힘내라는 지인들 목소리에 힘이 났다. 경기하기 전에 인수가 ‘태인아 원래 스파링 하던 대로 하면 네가 그냥 이긴다. 가지고 논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흥분했다. 챔피언이 돼서 좋긴 한데, 경기력이 창피하기도 하다. 원래의 실력이 너무 안 나왔다. 흥분해서 막 싸움을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태인의 경기력이 평소보다 떨어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체급을 월장했기 때문, 두 번째는 부상이다.   김태인은 원래 –93kg 라이트 헤비급에 출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120kg 헤비급 타이틀전을 치렀다. 계체량에서 106kg를 기록, 평소보다 13kg이 더 무거웠기에 스피드, 체력이 모두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부상도 한몫했다. 계체량과 기자회견에서 두 번이나 타이세이와 몸싸움이 일어났는데, 기자회견에서의 몸싸움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부상으로 인해 김태인은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진통제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김태인은 “계체량 때 미는 건 할 수 있다. 그때 타이세이가 (밀려서) 자존심이 상했는지 기자회견 때 뒷목 잡고 무릎으로 꺾다가 돌렸다. 내가 원래 무릎이 안 좋았는데 돌아가더라. 그래서 진통제를 먹고 참고 경기했다. 이겨서 다행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부끄럽다.”고 말했다.     경기력은 다소 아쉽지만, 김태인은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원하는 것을 이뤘다. 그리고 케이지 위에서와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언급하며 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김태인은 “벌써 5년이 됐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운동을 사실 안 하려고 했다. 처음엔 아버지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격투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멋있게 사셨던 분이라서 이름에 누가 되기 싫었다. 내가 잘 하는 것으로 빛이 나서 김주회 아들 김태인이 자랑스럽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그 취지로 선수 생활을 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내가 격투기 선수라고 가르쳐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인이 승리하며 다시 나온 것이 바로 ‘미들급 챔피언’ 황인수와의 대결이다. 두 선수는 체급이 다르지만 팬들이 항상 국내 최고의 선수를 뽑을 때 거론된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황인수와의 대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태인은 “(황인수와 대결하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지겹다. 너무 사랑하는 친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 옆에 있어 준 친구다. 친구가 그런 일이 있으면 나도 그럴 거다. 파이터이기 전에 사랑하는 친구다. 그게 전부.”라고 답했다.   황인수와의 대결은 없지만, 해외 강자들과의 대결은 원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선수들과 싸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기 때문.   김태인은 “아직은 계획이 없다. 대회사에서 붙여주는 상대와 싸우겠다. 로드FC 넘버링 뛰는 선수들 파이트머니 다 합쳐도 내 파이트머니보다 안 될 것이다. 계속 (내 가치, 실력을) 증명하겠다. 헤비급이나 무제한급 토너먼트 활성화 시켜주시고, 그게 안 되면 라이진FF로 원정가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 'New Wave MMA' ROAD FC(http://www.roadfc.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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