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FC ZOOM-人] 여성부리그 ROAD FC XX,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2017-02-27 07:00
종합격투기가 스포츠로 인정받으며 대중화 되고 있지만, 여성 파이터들의 출전에는 아직까지 선입견이 많다. 여성 파이터 자체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위험한 격투기를 하는지 물어보는 게 항상 나오는 공통 질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도 여성 파이터들은 꾸준히 노력해왔다. 아직까지 작은 인프라에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하지만, 대회당 1경기 남짓한 기회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여성 파이터들을 위해 ROAD FC (로드FC)가 여성부리그를 런칭했다. 공식명칭 ROAD FC XX (더블엑스). 여성의 성염색체인 XX에서 따온 이름으로 여성 파이터들만을 위한 리그다. 여성 파이터 육성, 여성부리그 활성화, 종합격투기를 좀 더 대중화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ROAD FC XX (더블엑스)의 첫 대회를 진행하기 전 ROAD FC (로드FC)는 국내 여성 파이터들을 모아 화보 촬영에 임했다. 참가한 파이터들은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8, 팀제이), ‘우슈 공주’ 임소희(20, 남원정무문), ‘꼬마늑대’ 박정은(21, 스트롱울프), ‘여자 권아솔’ 강진희(19, 팀강남/압구정짐), ‘케이지의 악녀’ 홍윤하 (28, 본주짓수), ‘태권 파이터’ 김해인(25, 싸비MMA), ‘무에타이 국가대표’ 심유리 (23, 팀지니어스)다. 이들은 3월 11일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열리는 XIAOMI ROAD FC 037 XX에 출전한다.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도움을 받은 여성 파이터들은 어떤 모습이었고,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화보 촬영에 함께했던 김해인은 어깨 부상으로 출전이 취소됐다.
# FIRST ROUND :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여성 파이터들이 화보를 찍은 장소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Vaker Studio.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성 파이터들이 공통적으로 웃으며 말한다. “어색해요”라고.
이들은 평소 운동에만 관심이 많아 소속 체육관에서 하루를 보낸다. 여성 파이터들에게 운동은 취미이자 특기 그리고 삶의 낙(樂)이다. 수많은 편견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 종합격투기에 몰두하는 운동 소녀들이다. 자신을 꾸미는 것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지만, 오로지 운동만 안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아 화장법도 잘 모르고, 옷도 편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다. 운동을 위해 최적화된(?) 그녀들은 화보 촬영을 하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고, 스타일리스트들에게 받은 의상을 입자 쑥스러운 듯 웃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을 하는 동안 그 모습을 담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자 강진희는 “지금 저를 찍으시는 겁니까?”라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화보 촬영을 몇 번 해본 임소희는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경력자(?)의 여유를 보였다.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팀 스트롱울프의 이동혁 감독은 “뭔가 낯설고, 같이 모여서 촬영하니까 여성팀 같기도 하네요. 경쟁 상대인데 오늘만큼은 동료 같은 느낌이에요. (박)정은이를 6~7년 정도 봐왔는데, 이렇게 촬영하는 건 난생 처음입니다.”라며 생소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 했다.
여성 파이터들은 화보 촬영을 진행하며 하이힐을 신었다. 그러자 거의 처음 신은 것인지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하이힐로 인해 스타일리스트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야 간신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저기서 “하이힐 신고 춤추는 걸그룹이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의 말이 끊이지 않았다.
각자의 성격이 다르듯 화보 촬영하는 동안의 모습도 가지각색이었다. 박정은은 의외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고, 다른 파이터들은 어색한 듯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강진희는 얼굴 자체가 웃는 상이라 진지한 표정이 좀처럼 되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홍윤하는 트와이스 정연을 연상케 하는 짧은 머리로 귀여운 모습만 카메라에 담겼다. 파이터보다는 앳된 대학생 느낌이었다.
그래도 한 컷, 한 컷 찍는 컷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예쁘다며 칭찬도 늘어놓았다. 잠시 쉬는 동안에는 여성 파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자 평소에 지내는 이야기, 체육관 코치 일,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됐다.
# SECOND ROUND : 남자들은 몰랐었던 이야기
여성 파이터들의 이야기 자리에 필자도 은근슬쩍 꼽사리를 꼈다. 남자들은 모르는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가득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여성 파이터들의 생각을 듣는 동안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졌다. 남성 파이터들 사이에 둘러싸여 평소에는 좀처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주제가 많았다.
“감량은 정말 안 되는데, 리바운딩은 순식간에 돼요. 먹고 싶은 것들을 안 먹으면서 힘들게 감량했는데 찌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시합을 나가면 시합 전날에 계체를 하고, 하루가 지나는 순간 5kg이 기본적으로 리바운딩 돼요.”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강진희는 감량의 고통부터 말을 꺼냈다. 강진희가 말하는 동안 표정을 보니 못 먹는 것에 대해 얼마나 한이 서려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강진희가 감량과 리바운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모두들 공감하듯이 호응했다. 남녀노소 파이터 누구에게나 감량은 정말 힘들지만, 필수인 과정이다.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 먹고 싶은 것들이 많은 나이인 어리고 젊은 여성 파이터들에게는 더욱 더 고통스러운 게 감량이다.
리바운딩 이야기가 나오자 홍윤하는 자연스럽게 MMA 데뷔전 상대 후지노 에미의 이야기를 꺼냈다. 후지노 에미의 리바운딩에 감탄했기 때문. “데뷔전에서 후지노 에미 선수랑 경기를 했었는데, 그 선수가 52kg을 찍었다가 64kg까지 순식간에 늘어나더라고요”. 옆에 있던 박정은도 “후지노 에미 선수가 원피스를 입은 걸 봤는데, 어깨가 완전 근육질이고 넓더라고요. 진짜 리바운딩도 최고인 것 같아요. 근데 성격은 (터프하게 하는 경기에서와 달리) 되게 여성스러웠어요.”라며 거들었다.
파이터 비율을 보면 남성 파이터들이 여성 파이터들보다 훨씬 많다. 당연히 복장에 대한 수요도 남성 파이터들이 많아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여성 파이터들의 복장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박정은과 이예지도 “대회마다 어떤 복장을 입을지 고민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정은은 “여성 파이터들의 복장도 조금씩 활성화가 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클린치 상황에서 옷이 내려갈 수도 있는 거고, 레시가드 자체도 (손가락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마저 벗고 탑을 입는데, 속옷처럼 보일 수 있고, 여성부 복장이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이며 복장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홍윤하와 김해인은 훈련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각 체육관에 여성 파이터들이 보통 1명만 있기 때문에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진행해 어려움이 있다.
홍윤하는 “저는 괜찮은데 저를 상대하는 남자 선수들이 훈련할 때 몸이 붙어있으니 불편해해요. 훈련 파트너에 대한 제한이 조금 있습니다. 편하게 해주시면 저도 편하게 할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고, 김해인은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같이 하는데 힘에서 밀리니까 어려운 점이 있어요. 체중은 제가 더 나가더라도 힘에서 밀리더라고요.”라며 힘에 대해 말했다.
ROAD FC XX (더블엑스)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데뷔하는 심유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사람들의 선입견이다.
“훈련보다는 ‘왜 여자인데 그런 운동을 하느냐’고 말하는 시선들이 불편해요” 심유리의 말이다.
# THIRD ROUND : 여성부 리그를 기다린 ‘오랜 날 오랜 밤’
여성 파이터들이 전한 이야기들은 아직 여성 파이터 시장이 작아서 벌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프라가 커지면 사람들의 선입견을 깰 수 있고, 시선들도 긍정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ROAD FC (로드FC)는 여성 파이터들을 위해 여성부 리그를 런칭한다. ROAD FC XX (더블엑스)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리그다.
ROAD FC XX (더블엑스) 런칭 소식에 여성 파이터들은 많은 출전 기회로 인한 경기력 상승을 기대했다.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런칭돼서 기뻐요. 여성부리그가 생기는 것 자체가 팬분들이 원하는 화끈한 경기가 나오고, 여성부경기는 재미없다는 틀(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기를 많이 뛰어봐야 경험도 쌓이고, 실력이 늘기 때문에 여성부 경기가 많아지면, 선수들 기량도 늘고 팬분들이 좋아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박정은의 말이다.
홍윤하 역시 “그동안 여자 선수들이 뛸 경기가 많지 않았거든요. 해외로 많이 나갔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여자 선수들이 메인이 돼서 시합을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입니다. 더 멋진 경기를 보여주려고 노력을 더 많이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라며 여성부리그 런칭을 반겼다.
“경기를 한 번 뛰고 나니까 욕심이 더 많이 생겨서 열심히 훈련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항상 대회를 하면 여자 경기는 조금씩 들어가고, 남자 선수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는데, 여성 리그가 생겨서 여자 선수들이 주목받고,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소희도 더욱 열심히 훈련할 것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심유리는 “제가 데뷔를 앞둘 수 있는 것은 ROAD FC와 팀원들의 도움이 큽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 후회 없이 준비한 것을 전부하고 내려오려고 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세요”라며 데뷔전 각오도 함께 전했다.
ROAD FC (로드FC)의 여성부리그 ROAD FC XX (더블엑스)는 3월 11일 서울특별시 홍은동 힐튼호텔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다. 여성들을 위해 ROAD FC (로드FC)가 런칭하는 ROAD FC XX (더블엑스)는 여성격투기 시장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이제 막 첫 발을 떼는 여성부리그에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때다.
한편 ROAD FC 100만불 토너먼트 ‘ROAD TO A-SOL’은 본선 진행에 앞서 지역 예선이 진행 중이다. 1월 28일 동남아시아 지역 예선, 2월 11일 인터내셔널 예선 A조, 2월 25일 러시아 지역 예선까지 진행되며 총 9명의 본선 진출자가 결정됐다. 3월 20일 일본 지역 예선, 4월 15일에는 인터내셔널 예선 B조 경기가 차례로 진행돼 본선 진출자를 추가로 결정지을 예정이다.
또한 ROAD FC (로드FC)는 여성부리그 ROAD FC XX (더블엑스)를 런칭했다. ROAD FC XX (더블엑스) 첫 대회는 오는 3월 11일 서울특별시 홍은동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개최된다.
ROAD FC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중계된다. MBC스포츠 플러스에서 국내 TV 방송이 진행되고, 14억 인구가 시청하는 CCTV로 중국, 해외 팬들을 위해 ROAD FC 유투브 공식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roadfc)에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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